|
|
|
|
위액이 넘어 와서 구역질이 다 난다.
왜 나는 그 '과학'을 공유하지 못 했을까.. 왜 나는 그게 올해의 내 일이라 생각하면서 얼토당토 않은 잔소리만을 퍼부었을까.. 왜 나는 가족으로서의 '우리'를 넘어서려 했을까.. 왜 나는 내 전망을 모두에게 공유시키려고 했을까.. 왜 나는..
쓴 맛이 나서 견딜 수가 없다.
혼자 버텨야한다고 생각하면서, 한없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공간에나마 내 자신의 이야기를 까발려 놓는 내 자신이 역겨워서 견딜 수 없다.
아무런 감흥 없이 스치는 단어들이 슬프다. 그것이 넘치는 자기애로 포장된 유치한 감정이란 것은 더더욱 견딜 수 없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이 초조하고.. 아무 말 없는 벽이 속 상하다..
그러니 웃을 밖에는..
유난히 요령이 없는 놈이다.(었다..라고 쓰려다 멈칫했다. 그 놈은 아직 과거가 아닌 데도, 쉽게 체념하게 되는 관성이란 건 정말 슬프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받은 채로, 서글프게 한 번 웃고는 술 한 잔 걸쳐 벌개진 눈가로 아무렇지 않은 양 눈 앞에 쌓인 일들을 해 나가는 놈.
남들처럼 핑계대면서 쉬러 갈 만한 요령도 없고 자신이 너무 사랑하는 여자 친구 어쩌다 한 번 만나러 갈 때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하는 바보같은 놈.
그래서 힘들었나보다.
미안하다.
애초에 올해를 계획할 때 층위를 다르게 두었어야 했다.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
애초에 올해를 계획할 때 포지션을 다시 생각했어야 했다.
내 잘못이다..
별 것 아니라 '단지 행복해지는 것'만이 꿈이라고요?
거짓말하지 마세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방점 하나 하나마다 슬퍼지고 무거워지는데..
버티고 선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구요. 도대체 '행복'이란 건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이겠어요?
한참 전화기를 응시해도 흔적은 없다. 어지럽다. 열려 있는 냉장고 문틈으로 나오는 냉기가 눈을 훑는다. 흐르는 색채가 눈이 부시다. 그래, 문제는 어디까지나.. "누나, 죄송한데 아침은 혼자 드세요. 속이 좀 안 좋네요." "그래.. 아무 것도 안 먹어도 괜찮냐?" "뭐.." 오필리어, 잔인한. 도시의 냄새에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아니다. 성장이 멈춰버린 복제된 포유류에게 이 공간은 위험하다. 이 곳은 공간이 아니니까. 편의점 점원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그 혹은 그녀는 이 도시 속에 있었을까를 상상하며.. 사랑했었노라는 거짓말을 외쳐버릴 것만 같은 순간들을 애써 버려가며. 평일 아침의 극장은 조용하다. 문지기마저 외출을 해버린 어느 신전처럼.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저 젠장맞을 팝콘 냄새가 나지 않은 때의 이야기다. 매표소만 흑백인 이 공간에 글자를 박아넣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 거룩한 머리칼과 잔인한 귓볼이 남아있는 글자를. 아니다. 그만 두자. 말의 향연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색으로 가득한 스크린은 닿지가 않는다. 누군가가 조용히 씹어삼키는 나쵸 칩의 소리가 심장을 갉아먹을 것 같아 더 이상 견디질 못하겠다. 어쩔수 없지. 이 곳도 공간은 아니니까. 눈을 감는다. 꿈은 꾸고 싶지 않다. 그저 도시의 냄새가 그리워 미칠 것 같을 뿐이다.
"손님, 영화 끝났는데요." 손을 내려다 보니 펜 하나가 꼭 쥐어져 있다.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밖으로 나온다. 이상하게 눈이 부시지 않다. 색이 사라진 도시는 너무 흥겨워서 노래가 다 나올 지경이다. 젠장할. 밤까지 시간을 죽일 무엇인가를 찾아야한다. 밤의 강변에서는 쏟아지는 색들을 볼 수 있을테지. 생각해보니 어차피 시간을 죽일 수 있는 무엇인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까페. 신화 시대에 사라져버려 지금은 내 속에 있는 나의 나머지 두 다리에 대해 생각해봐야겠다. 그래, 언제나 문제는 그 혹은 그녀인 법이거든. 정말이지.. 까페에 들르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서점에는 별을 닮은 '그'가 나를 비웃고 있다. 그러라지, 그래.. 시시하진 않지만 유치한 잡지 한 권을 뽑아들고 윗층에 있는 까페로 들어간다. 하릴 없는 핫초코 한 잔이 유치하다.그래, 밤이 되면 무언가 달라질테지. 주머니엔 돈도 있으니. 여유는 있다. 단지 뒤쫓고 있는 무엇인가가 겁이 날 뿐. "여보세요." "..." "어디냐?" "..." "나와라, 밥이나 같이 먹자." "고마워요, 누나." 전화를 끊어버리고 소파에 몸을 묻는다. 찍혀 오는 방점 하나에 왈칵 솟는 눈물. 그래도..
0/신법관 컴실. 오전 11시 01분. 신법관 컴실. '민중의 소리'기자에게서 장하성 교수 사건 관련 보도자료 요청이 왔다. 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내기 위해 잠시들린 공간. 기계음. 깜빡이는 커서. 1/꿈. 컴실에 오기 전. 여학생회관 뒤 벤치에서 기선단 애들이 연습하는 걸 보다가 1분 가량 잠이 들었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그 짧은 시간 꾼 꿈. 여전히 나는 어디인지 모를 공간에서 '변혁'을 '혁명'을 외치고 있었다. 2/1968의 기억. 그래도 아직은. 버텨야 할 때다. "바위 틈에 잡초처럼"이 아니라. 머리로, 가슴으로, 두 팔로, 두 다리로. 3/그래서 나는. 왕좌 대신 단두대를 선택한다. _혁명가가 될겁니다. _Copyleft by Rimbaud
중학교 때 친구네 집에서 친구 새끼가 보던 걸 옆에서 몇 편 본게 다라.. TV판을 이번 연휴에 처음부터 끝까지 돌파. 어렸을 적엔 아무 생각 없이, '사운드나 영상 죽이누만.' 이딴 생각만 하면서 봤던 터라.. 진지하게 보려고 했는데..
이건 뭐야?
그냥 많이 덜 자란 자의식 과잉일 뿐인 아이들이 세상에다 대고 '나 좀 쳐다봐 줘요!'하는 얘기일 뿐이잖아..
솔직히 이 스토리 라인이 왜 아직 걸작이라 말해지는지 이해가 안 간다.
너무 유치한걸..(대충 메시아적인 요소만 넣으면 되는건가? 세기말이라서 그랬나?)
말할 것도 없이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이며, 말할 필요도 없이 기타노 다케시 스타일의 영화다.
자라던 소년과 자라는 소년,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소년들이 함께하는 영상 속에, 그러나 소녀는 없다. 소년은 언제까지고 세상을 배우지 못할 것 같이 위태롭기만 하고, 그를 바라보는 세상 또한 위태롭기만 하다. 그 속에서 만담을 찾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는 영화를 보는 누군가의 몫.
영상에 맞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 내내 랭보의 이 시가 생각 났더랬다.
<나의 방랑>
찢어진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채 나는 출발하였노라.
나의 외투는 더할 나위없이 헤어졌구나!
창궁 아래를 걸어가는 나는, 시의 여신이여, 나는 그대의 충복이었도다.
오! 라, 라, 내가 꿈꾸었던 것은 눈부신 사랑이었노라!
나의 단벌 바지에도 커다란 구멍이 하나 나 있었다.
-작은 몽상가인 나는 길목마다 시를 썼노라. 나의 여인숙은 대웅성좌
하늘의 그 별들은 다정한 옷깃 스치는 소리를 사각사각 내고 있었다.
나는 길가에 앉아 별들의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노라.
이 상쾌한 9월 저녁, 나의 이마 위에서 술인양
밤이슬의 방울을 또한 느끼고 있었노라.
환상적인 암영들의 한가운데서 운을 밟으면서
나는 가슴 가까이까지 한쪽 발을 치켜들고, 나의 너덜너덜한
신발의 고무 끈을
마치 거문고 줄인양 키고 있었노라
눈을 뜬다. 익숙한 벽지.. 익숙한 공간.. 습관적으로 머리 맡에 놓여있을 담배를 찾는다. 방 안은 언제나처럼 건조하다.
대충 옷을 입고 밖으로 나온다. 담배를 사러 가는 익숙한 길. 거리의 공기. 낯설다. 이 도시는 언제나 그렇다. 22해동안 부끄러움을 가르쳐준 곳. 언제나 밝은 빛을 내뿜으며 단상과 단상이 부딪히게 하는 곳. 편의점의 문을 연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카운터에 어디에나 있을 법한 얼굴의 점원. 그리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담배 한 갑. 거리는 무채색이다. 무채색의 거리, 무채색의 도시를 생각한다. 나는 분명.. 이 도시를 동경했었다. 도시가 흘리는 원초적인 신음 소리는, 가 보지도 못한 어느 공간의 하수도에서 나는 냄새를 떠올리게 했으므로.. 나는 이 도시를 동경했었다. 그만 두자. 별 것 아닌 감상으로 이 공간에 색을 채워 넣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감상들이 왠일인지 지쳐버린 몸과 함께 늘어져, 나를 나른하게 만드는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조금 더 잠을 자 두어야 한다. ...갑자기 일상이 떠오른다. 일상이 온전히 일상이었던 그 때. 그녀는 내가 아침을 거르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었다.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린다. 그녀가 남기고 간 얼마 간의 지폐를 들고 방금 전까지 내 머리를 채우고 있던 심상들을 기억하려 애쓰며 나는. 무채색의 거리 속에 또다른 하나의 단상을 더한다.
물이 끓고 있는 냄비가 내는 소리는 이 조용한 방 안에서 듣기에 지나치게 시끄럽다. 불을 끈다. 그리고는 대충 아침 식사를 해결한다. 냉장고 문을 열어 생수를 꺼낸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안도감. 혹은 불안함. 그 양 쪽에서 방황하고 있는 감정들은 그대로 놓아둔 채 다시 침대 위로 오른다.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소리. 알람이다. 휴대폰 속의 글자들은 색을 가지고 있다. 무채색의 공간 속에 박힌 그 색깔의 비약들이 어지러워 잠시 눈을 감는다. 손에 닿는 대로, 한 권의 책을 뽑아든다. 랭보다. 잔인한 랭보다. 당신은 책꽂이 속에 그대로 있어. 나도 반쯤은 잔인하게 그를 책꽂이에 꽂는다. 오필리어.. 그래, 이것은 탄식이다.
기계 속의 색을 가진 글자들. 그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의미도 이유도 없다. 신호음. "응, 그래. 이렇게 일찍 왠일이야?" "아, 자고 있었어요?" "아니, 이제 막 일어났어. 슬슬 밥이나 먹어야지. 아침 먹었어?" "네. 아니, 아니요. 아마도요." "무슨 소리야, 그게? 나올래? 밥이나 먹자." "학생회관으로 가죠. 바로 출발할게요." "그래."
11시 30분에 잠들었는데. 깼다. 숙취가 있는 듯하다. 술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집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다. 변명하는 게 아니라.. 정말 내 인생을 변명하려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을만큼 힘들다.
목소리 하나에 나를 또다시 닫아야 하고, 또다시 목소리 하나에 세상을 무너뜨려야 한다는 느낌은 너무 끔찍하다.
집과의 관계 덕분에 조금씩 더 게을르지는 자신을 보면 한심스러워질 따름이지만..
습관적으로 아방에게 전화를 걸어 술을 한 잔 하자고 했다.
배도 고프고 해서 편의점에서 냉동 만두를 사와 먹었다. 맥주도 함께지 물론.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다. 단상과 단상이 부딪혀서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그래, 그 방으로 들어갈 때 세계가 무너졌고 그 방에서 나올 때 내가 무너졌다.
개소리다.
결론은.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
함께 미래를 고민해야 할 누군가에게도 지금의 내 고민을 이야기하지 못한다는 것. 그럼에도 여기에 이렇게 끄적이는 건 누군가는 그 고민을 듣고 싶어하는 척이라도 해 주길 바란다는 것.
아직 어리다.
동정 받는 건. 어리다는 증거거든.
|
|
|